‘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라는 아프리카 속담의 진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지혜롭고 깊이있는 말처럼 들리고 뜻도 참 좋습니다. 이 속담은 ‘아프리카 속담’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 속담의 유래와 관련해서 앤드류 위트비라는 사람이 조사한 것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이 속담은 정말로 아프리카 속담이 맞을까요?

이 아프리카 속담이 유명해진 이유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문구는 마사이족, 졸루족, 스와힐리족 등 다양한 아프리카 문화에 귀속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문구가 정확히 어느 언어에서 유래했거나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사실 없다고 합니다.

위트비에 따르면 영어로 이 문구가 처음 기록된 것은 1994년에 로버트 슬레이터가 쓴 29 Leadership Secrets from Jack Welch이라는 책에서입니다. 책에서 전 GE의 CEO인 웰치가 이 문구를 자사의 경영 모토로 사용했다는 언급을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다만, 그 이후부터는 이 책을 읽은 워렌 버핏, 힐러리 클린턴, 엘 고어 등 다양한 유명인사와 정치인들이 이 문구를 인용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 말이 유명해졌습니다. TED 토크와 각종 TV 쇼, 포스터 등에도 자주 등장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 아프리카 속담 아닌 아프리카 속담은 점차 팀워크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 속담의 문제

이 속담이 가진 문제는, 이 속담을 뜯어보면 실제 아프리카에서 온 속담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과 비슷한 말들은 있었습니다. 동아프리카의 루오족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혼자 가면 청년은 빠르고 노인은 느리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물론 우리가 알고있는 문구와 비슷하기는 하죠. 하지만 청년과 노인이라는 언급이 들어가면서 나이와 경험, 그리고 지혜가 목표 달성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의 속담은 팀워크만 중시하고 있지만 루오족의 말에는 세대 간의 협력과 존경도 함축되어 있습니다.

부르키나 파소에도 비슷한 말은 있었습니다.

“혼자 가면 빠르게 간다. 다른 사람들과 가면 멀리 간다.”

우리가 알고있는 속담이랑 조금 더 비슷하기는 합니다. 다만 이 속담을 보면 주어가 ‘혼자 가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과 가는 사람’으로 구분될 수 있는 형태입니다. 혼자 가는 사람은 빠르게 가고, 다른 사람들과 가는 사람은 멀리 간다는 것이 됩니다. 혼자 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며 양자택일은 항상 상황에 따른 문제라고 하는 느낌입니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 속담’에서는 후자 즉 ‘함께 가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뉘앙스를 더 풍기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프리카의 어딘가에서 전해진 말들이 우리가 알고있는 속담과 비슷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또 어떤 매체에서는 이 말이 중국어 또는 스페인어로 된 속담이라고 하니 더 헷갈립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건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가 큰 차원에서 인정되고 감사받는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출처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그냥 자기들 마음대로 갖다붙이는 사람들의 행태에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제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의 문화가 오해되고 잘 못 인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불쾌하기도 하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 대해 전세계인들이 알고있는 이미지는 사실상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인 것이 많죠. 그런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내 문화인데 남이 꾸며내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전혀 그런 문화가 없는데, 한국의 문화에서는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혀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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